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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모더니즘 디자인 01디자인 2023. 6. 12. 15:07반응형
No more rule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용어가 널리 쓰인 지 2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것은 여전히 어렵고 모호하며 다분히 논쟁적인 화젯거리로 남아 있다. 이미 포스트모더니즘의 모든 면을 주제로 삼은 방대한 문헌들이 존재하고 새로운 책들이 여전히 출간되고 있는데도 말이다. 1980년대 후반까지 신문이나 잡지들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단어를 보는 것은 흔한 일이었으며, 어떤 간행물들은 그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 연재기사까지 실었다. 때로는 포스트모더니즘 자체를 비웃기도 했다. 교양 있는 대화를 나눌 때 어딘지 모르게 멋져 보이는 이 단어를 슬쩍 끼워 넣는게 유행을 타고 텔레비전 광고조차 이 단어를 들먹이곤 했다. 이제는 학교 바깥에서야 그것이 한물간 지적 유행 중 하나라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많은 이들이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지 못했으며, 대부분의 식견 있는 비평가들조차도 때로 그것에 의심 어린 눈길을 보내곤 했다. 광고 해독하기의 저자 주디스 윌리엄슨은 어느 디자인 전문지와의 인터뷰에서 표면적인 양식 이상의 것을 설명하기에는 그것이 퍽이나 모호한 용어라고 밝혔다. 아방가르드 사전의 저자 리차드 코스텔라네츠의 경우는 더 심하다. "작가와 옹호자들이 부여한 성격이 무엇이건, '포스트모던'은 딱히 비평적 고찰을 할 만한 가치가 없다는게 내 생각이다. 그것이 얼마나 즉각적으로, 널리, 그리고 만족스럽게 받아들여졌나 하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말이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포스트모더니즘과 그래픽디자인을 연계시킨 개괄적인 비평을 시도하려는 것일까? 첫 번째 이유는 포스트모더니즘의 개념이 아무리 다루기 까다롭고 문제적이며 모호해 보이더라도 그것이 분명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가 함부로 무시할 수 없는 시대와 그 '여건'을 생각해 보는 방식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이제껏 수많은 디자인 잡지들과 여러 단행본들이 포스트모던 그래픽을 다뤄 왔음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철저하게 그것만을 주제로 했던 경우는 없었다는 것이다. 나는 그것이 지금 이 순간에도 수행되고 있듯 그래픽디자인이야말로 포스트 모더니즘의 징후를 가장 대중적이고도 수월하게 나타내는 매체일 수 있음을 단언하겠다. 지난 15년간 그래픽디자이너들은 시각예술의 범주 안에서 가장 도전적이랄 수 있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전례들을 마련해 왔다. 하지만 그들이 '저열한' 대중문화를 기꺼이 받아들였음에도, 문화 비평가들은 대부분의 경우 이러한 교류와 성과들이 지닌 의미를 간과했다. 포스트모더니즘과 문학, 건축, 순수미술, 사진, 대중음악, 패션, 영화와 텔레비전, 디자인에 관한 비평적 해설들은 그다지 주목할 만한 내용이 되지 못했으며, 현재의 삶을 구성하는 그것의 중추적 역할이 그토록 분명한데도 여전히 '이론화'하려는 시도 또한 미약하다.
자신들의 작업 결과물을 포스트모던의 일면으로서 정의하려 애써 온 그래픽디자이너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러한 태도를 가장 적극적이고도 능동적으로 취했던 이들은 대가가 미국의 디자이너들이었다. 포스트모더니즘과 관련한 작업을 선보였다는 이유로 이 책에서 다뤄지고있는 디자이너들 중 대부분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건 아니건 그 용어를 완강히 부정하려 할 것이다. 포스트모던이라는 단어가 일반인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것과 달리 그들에게는 더 이상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껏 그래 왔듯 전문 분야로서의 그래픽디자인은 한결같이 이론을 무시하고 있으며, 주요 포스트모더니스트의 텍스트들 대부분은 그 주장과 목적을 펼쳐 나가면서 지나치게 궁상맞은 태도를 취하고 있다. 여타의 디자이너들에게 포스트모더니즘은 1980년대에 통용된 특정의 역사결정론적 건축양식과 지나치게 밀접한 것으로 간주됐고 그런 연유로 끝내 심미적 기호의 지반에 자리하지 못했다. 이 책의 1장에서 다루듯 본질적으로는 유행을 좇는 것에 다름 아닌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몇몇 디자인 비평가들의 관점은, 포스트모던한 경향들이 1990년대를 통해 디자인에 지속적인 영향을 끼치는 방식을 이해하는 것을 억제해 왔다.
포스트모더니즘 전반에 대한 개관을 제공함은 이 책의 목적이 아니다. 그것을 요약해 보겠다는 시도들은 결국 포스트모더니즘을 발생시킨 다양한 대립적 해석들과의 충돌을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보다 자세한 자료를 제공하는 서적들은 이 책의 참고목록에 밝혀 둔다.) 그럼에도 여기서는 적지 않는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의 생각들이 개략적으로나마 그려질 것이며, 이 중 몇은 그래픽디자인과 연관되어 있기에 책의 전개와 함께 보다 구체적으로 다뤄질 것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은 모더닞므을 인용하지 않고서는 이해될 수 없다. 포스트모디너즘의 'post'라는 접두사로 인해 모더니즘의 뒤를 잇는 것임을 암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이 모더니즘을 대체했건 거부했건 많은 비평가들은 포스트모더니즘이 모더니즘을 숙주로한 기생체인 것과 그 의미가 변한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면에서 모더니즘과 그것이 지니는 특징들에 의존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포스트모더니즘과 모더니즘의 구별은 무엇보다 모더니스트들, 즉 인간이 이성과 과학을 통해 끊임없이 진보할 수 있다는 18세기의 계몽주의적 신념을 물려받은 이들이 자신들이 이어온 진보적 이상들에 대한 신념을 탈각하는 지점에서 생겨난다. 데이비드 하비는 그의 저서 탈현대성의 조건에서 "(계몽주의는) 어떤 질문에 대해 오직 하나의 적잘한 답을 공리로서 지니는 것. 이로써 만물은 우리가 그것을 바르게 묘사하고 설명할 떄에만 통제되고 사리에 맞게 지시되는 것이 된다. 그러나 이는 재현의 오직 한 형태만 가정하기에 만약 우리가 그 실체를 드러낸다면..... 계몽주의는 종말을 고하게 된다"라고 기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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