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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추천] 다원예술 2023: 전자적 숲; 소진된 인간예술 2023. 6. 14. 04:25반응형
기간
2023.05.26 - 2024.02.25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관람료
2,000원
홈페이지
https://www.mmca.go.kr/exhibitions/exhibitionsDetail.do?exhFlag=1
당신의 검색어는 무엇입니까
귀갓길, 하루의 피곤이 몰려오지만, 감상에 빠질 여력이 어딨나. 날은 곧 밝을 테고 내일은 또 내일의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 한 사회학자는 “오직 자신의 능력과 성과를 통해서 주체로서의 존재감을 확인하려는 자아는 피로해지고 스스로 설정한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좌절감은 우울증을 낳는다.”라고 말했다지만 달리 생각할 도리가 없다. 그저 이 예민함을 잠재울 마음 챙김이 먼저다. 인터넷 창을 열고 스트레스 완화에 좋다는 것을 검색한다.
지금 잠시 멈출 수 있습니까
“거친 노동을 좋아하고 빠른 자, 새로운 자, 낯선 자에게 마음이 가는 모든 이들아. 너희는 참을성이 부족하구나. 너희의 부지런함은 자기 자신을 망각하려는 의지이며 도피다. 너희가 삶을 더 믿는다면 순간에 몸을 던지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너희는 내실이 부족해서 기다리지도 못한다. 심지어 게으름을 부리지도 못하는구나.” 한 독일 철학자는 멈추고 새롭게 시작하는 능력이 결여된 현대사회를 과잉행동 사회라 지적한다. 정녕 우리는 가만히 사색할 수 없나. 자기-정진은 이 시대에 어떤 모습인가?
가라앉음과 들뜸으로 보내기에 우리의 시간은 너무 짧다
혼잡한 퇴근길 버스 안, 라디오 속 남성 DJ의 목소리만 들린다. 불교 입문서 『로사르믹제』를 인용하며 “들뜸이란 탐욕의 힘으로 대상에 마음이 머물지 않고 흩어지는 것이다. 가라앉음이란 몸과 마음이 무겁고 유연성이 없게 하며 마음의 대상을 명확하지 않게 하는 마음 작용이다.”라고 말한다. 로사르믹제는 티베트어로 ‘새로운 마음의 눈을 여는 말씀’이란 뜻. 한글판 번역을 맡은 스님은 뇌과학을 전공한 과학자라는데.
감정과 인간, 둘 중 어느 것이 먼저 멸종될까
노벨문학상 후보에도 오른 한 소설가는 41세기 인간이 21세기 인간을 부러워하는 장면을 묘사한 적이 있다. “불교적 의미에서 욕망의 소멸을 계획했던 지고한 누이의 바램은 거의 실현되지 못했다. 반대로 육욕을 초월한 우리 세대를 삼킨 것은 슬픔, 멜랑콜리 간혹 치명적이기까지 한 무기력이었다. 실패의 가장 명백한 증거는 내가 종국에는 21세기 인간의 운명을, 그 부조리하고 짐승 같은 여정을, 그를 거칠게 뒤흔들어놓았던 사랑의 열정들을 부러워하고 말았다는 사실이었다.”
피로와 소진은 뭐가 다릅니까
“소진된 인간은 몸을 뉠 수 있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그래서 밤이 내렸지만, 오그라든 손 위로 푹 숙인 머리, 움쭉할 수 없는 손 위에 하얗게 텅 빈 머리를 얹은 이는 여전히 책상 앞에 앉아 있다.” 세계적인 프랑스 극작가의 텔레비전 단편극을 인용한 이 책은 가능하지 않은 상태의 소진을 그래도 가능한 피로와 구분한다. “우리는 태어나기도 전에, 스스로 실현하기도 전에, 혹은 무엇인가를 실현하기도 전에 소진될 수 있다.”
이 간절한 주문은 무슨 의미입니까
한 비디오 아티스트는 “TV는 나에게 개성의 표현이 아니고 단지 물리적 음악이다.”라고 말하며 “좌우간 당신이 나의 TV를 보게 된다면, 제발 30분 이상 지켜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진심 어린 요청은 이 시대에 어떤 의미일까.
마음 챙김에도 매뉴얼이 있습니까
‘명상의 과학(The Science of Meditation)’이란 주제를 다룬 2003년 『타임』 표지는 흰옷을 입은 채 가부좌를 하고 평온한 표정으로 눈을 감은 백인 여성 사진이었다. 2014년 ‘마음 챙김 혁명(Mindful Revolution)’ 주제 호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얼굴을 조금 더 클로즈업했을 뿐 흰옷을 입은 백인 여성이 눈을 감고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다. 어느 책에서 본 “맥도날드식 마음챙김(McMindfulness)”이 떠오른다.
사람이 그럴 수도 있습니까
충동과 절제를 수시로 오가는 오늘날의 우리를 분석하고 해설해온 심리학자는 말한다. “도파민의 발견과 더불어 지난 한 세기 동안 신경과학 분야에서 손꼽히는 획기적인 발견 중 하나는, 뇌가 쾌락과 고통을 같은 곳에서 처리한다는 사실이다.” 태국의 한 불교 사원 승려 전원에게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왔다는 온라인 뉴스와 “극단적인 헌신은 신앙에 반하고, 극단적인 악덕은 쾌락에 반한다.”는 책의 한 구절이 겹쳐진다.
의심해야 하지 않을까요
잠들기 전 대화형 인공지능 챗봇 챗GPT를 켜고 명상을 위한 미니멀리즘 음악을 선곡해달라고 했다. 단숨에 목록이 만들어졌는데 모두 남자 작곡가의 작품이다. 여자 작곡가의 작품은 없냐고 되물으니 미안하다고 의도한 것은 아니며 5명의 여성 음악가 작품을 추천했다.
어두운 곳에서 홀로
극장 ‘시어터(Theater)’의 어원 ‘테아트론(théātron)'은 '어두운 곳에서 (빛으로) 바라본다'는 뜻이다. 명상(冥想)의 ‘명’은 ‘어둡다·깊다·고요하다’는 의미이고 ‘상’은 ‘생각하다·상상하다’란 뜻이다. 여기서 ‘상’은 가상(시뮬라크르)의 ‘상’이기도 하다. 어둠 속에서 생각한다. 혹은 생각을 잠재운다.
*기획글의 일부는 한병철의『피로사회』, 달라이 라마의『로사르믹제』, 미셸 우엘벡의『어느 섬의 가능성』, 질 들뢰즈의『소진된 인간』,백남준의『백남준: 말馬에서 크리스토까지』, 애나 렘키의『도파민네이션』, 조르주 바타유의『불가능』등에서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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